Tuesday, October 11, 2011

아웃바운드 전략, 조선일보 2011.10.11


[내리막엔 감속해야 산다] [4] 아웃바운드 전략
중국 진출 36세 미용사, 연봉 8000만원으로 뛰어
동갑내기 국내 로펌 변호사, 겨우 취업… 연봉 7000만원
기업도 국내 안주한 곳은 해외 개척 기업에 뒤처져
독자적인 정보 채널 구축… 시장따라 맞춤 전략 필요

고졸 학력의 정이재(36·가명)씨는 직원 15명을 거느린 중국 칭다오 소재 고급 미용실의 원장님이다. 연봉은 8000만원 안팎.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명문대에 입학할 때, 그는 L미용실 체인에 보조 미용사로 들어갔다. 6년 전 중국 근무를 자청한 것도 새 기회를 찾아서였다. 정씨는 "중국이 뜬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무릎을 쳤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20배가 넘지 않나. 원장인 나까지 하루 20명 이상 손님을 받는다"고 했다. 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번 손질하는 데는 한국 돈 7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정씨와 동갑내기인 박수연(가명)씨는 국내 소형 로펌의 3년차 변호사다. 명문대 법대를 나와, 20대 후반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석사과정까지 마친 탓에 사회 진출이 늦어 일자리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현재 박씨의 연봉은 7000만원을 조금 넘는다. 그는 "변호사 숫자가 늘어 생계가 걱정"이라고 했다.

정이재씨와 박수연씨의 출발은 불공평했다. 고졸 학력의 미용 보조와 명문대 법대생. 70~80년대 국내에서만 벌어졌던 경쟁의 기준으론 따라잡기 힘든 간극이다. 그러나 성년 이후 두 사람의 선택은 소득 역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원인은 두 사람이 '다른 속도'에서 경쟁했기 때문이다. 박수연씨는 감속(減速)하는 한국 경제에 머물렀던 반면, 정이재씨는 고속 성장하는 중국 시장으로 달려갔다.

◆'다른 속도'에 올라타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6년간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10.9% 성장한 반면, 한국은 3.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우리 경제는 과거에도 성장의 기회를 밖에서 찾아왔는데, 감속시대에는 더더욱 해외 진출이 절실해진다. 저성장 늪에 빠진 선진국보다 고성장하는 신흥국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제빵업체 파리바게트 역시 다른 속도에 성공적으로 올라탄 사례다. 이미 중국 현지에 60개가 넘는 점포를 거느린 이 회사는 연내 100호점 개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직접 구운 빵을, 고급스런 카페 분위기 매장에서 판다는 현지화 전략이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미용사 박씨나 파리바게트처럼 개인과 기업의 '아웃바운드(outbound)' 시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은 2007년 247명에서 2011년 올해 9월 말 현재 398명으로 불어났다. 2007년 299억7000만달러이던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2010년 325억3000만달러, 올 들어 6월 말까지 269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어떤 속도의 시장을 선택하느냐는 주가에도 반영된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제일제당은 국내 시장에 안주한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 10 내외에 머물러, 해외 진출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등 비교 기업군의 20에 비해 절반 가까이 저평가되고 있다.

◆'아웃바운드'는 생존을 위한 선택

아웃바운드 전략은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 주체 모두가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상황에서 학력과 나이를 따지지 않고 필수적인 생존 전략 중 하나가 됐다. 리더십 전문가인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우리는 인도와 중국의 저임금ㆍ고숙련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가난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1억명의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당신처럼 하루 종일 TV 보고,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하면서 '세상이 썩었어'라고 불평할 것 같은가?"

베인앤컴퍼니는 해외에서 기회를 찾는 개인, 기업에 3가지를 충고한다.

①인터넷, 소셜미디어로 자기만의 '정보채널'을 만들어라

꼭 해외에 가서 외국인을 만나야 정보를 얻고,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해외 '인맥'을 넓히고, 본인의 관심 분야 정보를 수집ㆍ축적해 파워블로거가 되라. 해외 진출을 위한 든든한 전진 기지가 될 것이다.

②시장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짜라

A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전략이 B시장에서는 쪽박이 될 수 있다. 시장이 10개라면 10개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의 세계적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모토는 '절대 넘겨짚지 마라(Never Assume)'이다. 그가 일본 시장에서 성공했던 것은 일본 시장을 넘겨짚지 않고 분석했고, 일본 문화와 음식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③'코리안 프리미엄'을 활용하라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이다. 외국어 못한다고 주눅 들지 말고 해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 음식, 미용, 엔터테인먼트 같은 산업이 대표적이다. 

☞감속 시대

2008년 글로벌 위기가 덮친 이후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발전속도가 둔화된 현상을 말한다. 2001~2007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7%, 1인당 GDP 증가율은 9.8%를 기록했지만 2008년 이후 4년간(2008~2011년, 2011년은 추정치) 1인당 GDP 증가율은 평균 1.7%에 불과하다. 감속시대를 초래한 원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급격한 노령화, 산업구조의 재편 등 세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BAIN & COMPANY, 조선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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